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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숙 후원자님의 편지
작성자: 관리자   |   작성일: 2016.04.07   |   조회: 2068

요즘 나는 아주 많이 버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로는 더욱 더! 집안 구석구석을 뒤지며 이것저것 일년 이상 손대지 않은 것은 과감하게 덜어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카세트 테이프 하나를 손에 들었다. 한동대학교에서 발행한 김영길총장님의 <사람되신 하나님> 카세트테이프를 만지작 거리다 아직 뜯지도 않은 것이니 차에서 들어보고 버리든 말든 선택해야 할 것 같아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서 일단 들어보기로 했다. 테이프를 들으며 문득 ‘가만 이 테이프를 언제 누가 가져왔을까?’ 생각해보니 책꽂이에서 10년은 묵은 듯하다. 아들이 2003학번이니까!
2002년 아들이 대학진학에 실패했다. 아들은 재수를 선택했으나 그 첫마음이 오래가지 않아 진학하고 싶었던 S대에 진학을 할 수 없게 되었다. Y대를 지망하겠다는 아들은 전공을 점수에 맞추려 했다. 나는 아들의 진학을 위해 무척 고심했다. 그때 내가 추천한 대학이 한동대학교이다. 그때만해도 종교가 없었던 아들은 채플시간을 몹시 두려워했다.
“엄마, 내가 채플을 감당할 수 있을까? 만약 못하면 어떡하지?”
“내가 추천했으니까 그때는 자퇴해도 돼!”
나는 아들의 진학을 위해 한동대학교 입학설명회에 참석했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학교에 들어선 내게 재학생들이 인사를 했다.  보통 무심코 지나가기가 일쑤인데 학교를 방문한 방문객에게 따뜻한 미소와 다정한 인사말을 건네다니 충격적이었다.
2015년 여름, 나는 출퇴근 시간을 이용해 김영길총장님의 <사람되신 하나님>간증테이프를 듣기 시작했다. 출퇴근 시간이 15분 밖에 안되니 테이프가 한바퀴 돌아가는데는 며칠이 걸렸다. 총장님의 투박한 안동사투리를 들으며 울고 웃기를 수 십 차례. 한동대학교의 역사를 알아가며 가슴이 뜨거웠다. 나는 며늘아기에게 살짝 전화를 했다.
“아가! 네 남편이 그전에 <갈대상자>간증 테이프를 가져다 줬는데 뜯어보지도 않고 다른 사람 줘 버렸거든!  네 남편한테 너무 미안해서 말을 못하겠는데 그 테이프 구할 수 있을까?”
내 차는 아주 소박한 차라 CD플레이어가 없다. 그래서 반드시 카세트테이프라야 한다. 조심스럽게 부탁하는 내게 며늘아기가 말했다.
“어머니, 제가 알기로는 카세트테이프는 없는 걸로 알고 있어요. 책이 있는데 책으로 보시겠어요?”
다음날 바로 책이 배달되었다. <갈대상자> 와 <구름기둥> 두 권의 책이 예쁘게 포장되어 배달되었다.
그리고도 한 달이 지나서야 책을 펼쳐들 수 있었다. 이러저러한 일들로 몹시 바빠 책을 읽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나 다른 책보다 읽는 속도가 아주 빨랐다. 책을 읽으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어서 하룻밤을 꼬박 새기도 했다. 한동대학교의 역사가 이루어지는 순간순간 울고 말았다. 아들이 입학한 2003년 그즈음 학교는 이미 환난을 이기고 안정을 찾고 있었다.
<구름기둥> 에는 아들이 한동대학교 재학시절의 이야기들이 있어 시간을 반추하기에  좋았다.
한편 2005년 군악대에 입대한 아들은 2007년 제대하며 바로 복학을 했다.
육사군악대에서 지독한 연습벌레들 틈에서 무엇인가에 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밤새우는 노력이 있어야한다며 뭔가 의미있는 각오를 보였다. 기회다 싶은 생각에 나는 돌아온 아들을 위해 500만원을 대출받아 해외로 내 쫓았다. 복학까지는 채 석달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아들은 몽골, 러시아를 경유하는 동유럽 여행을 떠났다. 테마를 요구하는 내게 아들은 <소리>라는 키워드를 남기고 여행을 떠났다.  여행을 떠나는 아들에게 “나는 너에게 500만원을 주지만 넌 내게 5,000만원의 부가가치를 창출해 줄 거라고 믿는다”라고 말했다.
복학 후, 얼마나 공부를 열심히 하던지! 한 때의 게으름으로 계절학기를 하고도 1년이나 더 다니긴했지만! 2009년, 아들은 도쿄까지 날아가 버클리음악대학교 오디션에 합격했다. 거기다 덤으로 10,000 불 장학금까지!  마침내 아들은 초등학교 때부터 꿈꿔왔던 버클리음대로 유학을 떠났다.
초등학교 6학년까지 피아노를 치고 놓았던 아들이 자신의 꿈을 찾아 버클리음대 유학길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일까! 나는 한 번도 망설이지 않고 한동대학교의 교육의 힘이라 말했다. 이제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아들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나는 한동대학교에 빚을 지고 있다. 당시 생활관에 입주하기 위해서는 보증금 100만원을 내고 입주해야했다. 아들에게 보증금은 나중에 학교에 기부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제대후 복학하며 기숙사에 있지 못하고 살림을 나면서 보증금을 찾아오고 말았다. 살림을 나는 아들에게 방값을 따로 마련해 줄 수 없어서 만류하지 못하고 마음에 빚으로 남아 있었다.  나는 두 권의 책을 읽으며 그 빚이 내내 걸렸다. 좋은 생각이 없을까? 나는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음으로 월부로 갚아야겠다 마음먹었다. 갈대상자 후원!
한동대학교의 교육이 지켜지기 위해선 경제적 지원이 필수인데……걱정이 앞선다.
나는 며늘아기에게 전화를 했다.  
“아가 책 잘 읽었어! 고마워! 네가 사준 책 돌려가며 읽고 갈대상자 후원자를 100명 모집할께!”
나는 오늘 갈대상자에 가입하며 내가 생각한 1호 깃대를 꼽는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끝은 꼭 100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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